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의 몰락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

한때 ‘신발계의 애플’로 불리며 주목받던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가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올버즈의 주가는 1.28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2021년 11월 상장 당시 종가였던 28.64달러에 비해 무려 96% 하락한 수치이다. 2020년 한때 17억 달러(약 2조 1500억 원)에 달했던 기업 가치는 현재 2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쿨한 문화의 상징’이었던 올버즈가 현재는 ‘길을 잃은 기업’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스타 기업의 몰락

2016년 올버즈가 첫 출시한 양모 소재 운동화 ‘울러너’는 타임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울러너는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을 사용해 가볍고 얇은 섬유로 제작되었으며, 혁신적인 소재 사용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이 울러너를 애용하며 ‘실리콘밸리 유니폼’으로 불리기도 했다. 출시 후 2년 만에 100만 켤레 이상이 판매되면서 올버즈는 단숨에 주목받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올버즈의 공동 창업자인 팀 브라운과 조이 즈윌링거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친환경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운동화 끈, 사탕수수 폐기물을 사용한 밑창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친환경 경영 방식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투자자로 나섰다. 올버즈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92.6% 급등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지속 불가능했던 품질 문제

하지만 제품의 내구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 친환경 소재 사용에 집중한 나머지 신발의 내구성이 떨어졌고, 몇 달 만에 신발에 구멍이 나거나 울 소재 의류가 세탁 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장시간 서 있을 경우 사탕수수 밑창이 버티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올버즈는 결국 기능성 의류 사업을 중단하고 재고를 저가로 청산했다. WSJ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울러너의 성공을 재현하지 못했다”며 “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반드시 구매로 이어진다는 올버즈의 가정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이탈로 인해 올버즈의 지난해 순손실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억135만 달러에 달했다. 무리한 글로벌 매장 확장과 수요 감소로 인해 대규모 할인 판매를 진행하며 적자가 확대되었다. 2024년 1분기 매출 또한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 즈윌링거 공동 CEO는 “우리의 핵심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린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

생존을 위한 노력

올버즈는 생존을 위해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직원 8%를 감원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추가로 9%를 줄였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며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전용’ 판매 방침을 고수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도 제품을 판매하며 유통 채널을 다양화했다. 팀 브라운 공동 CEO는 최근 CEO직에서 물러나 최고 혁신 책임자로 역할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올버즈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패션 업계 전문가들은 “올버즈의 자리를 노리는 신생 기업들이 많아 앞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